부동산 PF 현황과 기회

지난 글에 이어 PF 대출 리스크의 세 번째 요인이었던 미분양 리스크에 대해 알아 보고, 최근의 부동산 PF 현황과 기회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PF에 대한 구조와 리스크의 원인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지난 글 “부동산 PF 대출 리스크” 를 참조 부탁 드립니다.

미분양의 무서움

미분양이 나기 시작하면 시행사와 건설사의 수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건설사의 부도 가능성을 높이게 됩니다.

지난 글에서 건설사의 부도가 나면 새 건설사를 구해서 공사를 완료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금융사가 이러한 진행을 직접 하지 않고 외부 기관에게 맡깁니다.

신탁 회사를 이 과정에 끼워 넣게 됩니다. 금융사는 부동산 PF 대출 실행 전에 이와 같이 미리 구조를 짜놓게 됩니다.

아래는 이전 글에서 신탁사를 끼워넣은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구조 입니다.

이렇게 신탁사를 끼워 넣어 자금 관리 및 건설사 부도 후 처리까지 맡기고 금융사는 대출만 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그런데, 미분양의 물량이 계속 늘어나면 신탁사에 문제가 발생하고 부동산 PF 대출을 해준 금융사에게도 손실이 가게 됩니다.

신탁 회사의 위기

미분양이 늘어나면 건설사의 부도가 늘고, 이것은 신탁사의 위기로 이어집니다. 신탁 회사들은 ‘책임준공형 관리 토지 신탁’ 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판매 하는데, 이것이 신탁 회사가 이 구조에 끼게 되는 이유 입니다.

신탁 회사가 바보라서 위험을 떠안고 이런 상품을 만들었을까요?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관리 토지 신탁’ 은 2015년 KB부동산신탁이 처음 상품을 개발해서 매년 많은 수수료 수익을 가져다주는 효자 상품이 되었습니다.

돈이 되니까 다른 신탁사들도 같은 상품을 출시하게 되고 우리 나라의 거의 모든 신탁 회사가 ‘책임준공형 관리 토지 신탁’ 상품을 판매해 왔습니다.

2017년부터 경기 호황이 오면서 너도나도 뛰어들어 경쟁이 심해진 가운데 우리 나라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신탁사들의 수익도 급감하기 시작했습니다.

2023년 대신자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한국자산신탁 3곳을 제외하면 전부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022년 당기순이익을 내었던 KB부동산신탁과 교보자산신탁 또한 손실 전환했습니다.

효자 상품이었던 책임준공형 관리 토지 신탁이 이제는 신탁사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몇 건 정도는 부실이 생겨도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하겠지만, 건설사 부도가 늘어나면 신탁사는 한계에 도달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자재비나 인건비 등 공사비가 많이 오르다 보니, 기 분양 대금의 남은 잔금으로 준공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기 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은행계 신탁사들은 은행이 도와주겠지만, 은행들도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비은행계 신탁사들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는 위에 말씀 드린 내용으로 부동산 PF 리스크가 확대되는 과정을 제가 그려본 것입니다.

금융사의 위기

미분양이 증가하면 PF 대출의 중순위와 후순위 금융사들도 손실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후순위로 들어간 금융사부터 손실이 시작되고, 중순위로 손실이 넘어가며, 마직막으로 선순위의 은행권과 보험사들의 손실로 이어집니다. 위의 그림에서 아래쪽에 해당하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중.후순위 금융사의 손실이 늘어가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아래는 3월 22일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가지고 만들어 본 차트 입니다.

은행과 보험사의 연체율은 다른 금융사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은행과 보험사들의 연체율이 낮은 이유를 무조건 선순위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른 금융사 대비 빠르게 손실 채권(NPL)을 털어 버리는 이유도 있습니다.

이것은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이라 아래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미분양은 현재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고,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리스크 입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취합하는 미분양 통계 데이터는 맹신하면 안됩니다. 어느 달에 느닷없이 미분양 물량이 튀어 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이 통계의 수집 방법이 분양 회사에서 자치구에 보고를 하는 방식으로 취합되고, 허위 보고에 대한 패널티도 없습니다.

두 번째는 첫 분양률이 저조할 때 입니다. 이것도 초기에는 분양 회사에서 허위 보고하고 나중에 수정하는 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가능성이고 작성 기간과 공표 기간의 시간차 때문 일수 있습니다.

정확하지 않더라도 미분양 물량 통계는 중요합니다. 매달 말에 전월 미분양 통계가 공표 됩니다. 앞으로는 제 블로그에도 꾸준히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미분양의 증가는 건설사의 부도 가능성을 키우고, 이는 신탁사의 위기로 이어지게 되며 동시에 2금융권의 부실이 증가하고, 시중 은행까지 부실해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위험 요인 입니다.

부동산 pf 현황

과거의 부동산 PF 리스크와 현재 비교

부동산 PF 부실이 확산하게 되면 그 여파가 엄청나기 때문에 정부는 꾸준히 과심을 갖고 상황에 대처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의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고 악화 되지 않도록 조심히 운전 중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과거의 위기와 비교해 보면 아직은 상황이 심각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는 금융위원히 보도 자료 중 연체율 차트와 ‘역사적 고점 대비 2023년 말’의 비교표 입니다.

정부 발표 금융권 연체율 추이 차트
정부 발표 금융권 연체율 추이 차트

역사적 고점 시기를 표시해 봤습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연체율이 급등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현재의 시점에서도 외부의 금융 위기가 온다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아래에 있는 ‘역사적 고점과의 비교표’ 를 보면, 2010년 여전사의 최고점 이후 2015년 증권사의 최고점까지 약 5년에 걸쳐 위기 상황이 진행되고 가라 앉았습니다.

이것은 부동산 PF 리스크의 다른 중요한 의미를 보여 준다고 생각 합니다. 실제 부동산 가격과 상관이 있다고 생각 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정부 발표 금융권 연체율 고점과의 비교표
정부 발표 금융권 연체율 고점과의 비교표

정부의 대응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 신탁사, 여전사, 증권사, 새마을금고 등 부동산PF의 리스크가 큰 곳들에 대한 부실을 현실화 시키고 있습니다. 위기의 싹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기 전에 단계적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 금융위원회 발표 자료를 보시면, 우선 상호금융회사(새마을금고, 신협 등)부터 손을 대기 시작 했습니다.

정부 발표 2금융권 대손충당금 요적립율 현행,상향 비교표
정부 발표 2금융권 대손충당금 요적립율 현행,상향 비교표

일반적으로 금융사들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에 대해 정상적인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하면 자산유동화회사나 신용정보회사에 헐값에 ‘매각’하게 됩니다. 이 부실채권을 NPL이라고 합니다.

금융사가 가지고 있는 부실채권(NPL)을 매각하게 되면 금융사의 연체율은 낮아지게 됩니다. 연체가 된 부실채권을 팔아서 없앴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금융사의 손실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금융 당국은 ‘회수의문’으로 분류가 되면 한가지 지시를 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에 부실채권을 상각하도록 명령할 수 있습니다.

금융사가 보유중인 부실 PF를 상각할 경우, 대출금은 손실 처리되고 해당 사업장의 채권은 NPL로 시장에 나오게 됩니다. 브리지PF는 착공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토지 공매로 처리되고, 이미 착공 된 건물은 준공을 시켜서 할인 판매나 경매 시장으로 나오게 됩니다.

실제 현재 경매 신청건은 2023년 1월 6,786건에서 2024년 1월 10,619건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 이것은 경매를 이용해 싸게 낙찰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다는 의미 입니다.

또한 앞서 ‘금융권 PF 대출 연체율 추이’ 표에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은행과 보험사의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가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것도 있지만, 부실채권(NPL)을 매각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정부는 부실채권의 매각 채널을 늘리고 있습니다. 연체율이 올라가서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속도가 매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매각 채널이 늘어난다는 의미는 앞으로 경매 물건이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준비가 된 사람만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위기가 왔다고 무턱대고 들어가면 위기에 같이 휩쓸릴 수 있습니다.

어떻게 준비를 하고, 언제 들어가는 것이 좋을까요?

현재 진행 중인 일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미분양 해소를 위한 할인 분양 확대

태영 건설 부동산 PF 정리 시나리오

태영 건설의 워크아웃 진행 상황을 통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해 보겠습니다. 아래는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보도 자료 중 태영 건설의 부동산 PF 정리 시나리오 예시 입니다.

태영 건설의 주거용 사업장은 총 25개 이고, 이중 14개 사업장이 HUG의 분양보증이 가입 된 상태입니다.

이 14개 사업장 중 분양 계약자의 2/3 이상이 계약 해지를 희망할 경우 HUG에서 계약금 및 중도금을 환급해주고 사업이 정리 됩니다.

이렇게 해지가 되었다고 해도 공사가 착공이 된 상태라면 HUG의 주관 아래 공사를 진행 하게 됩니다. 공사가 중단 된 현장을 파는 것보다 완공 된 아파트를 파는 것이 쉽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사 진도율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HUG의 주관 아래 완공 된 아파트는 매우 좋은 조건으로 분양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완공 된 상태로 미분양이 지속되면 잔금 납부 유예와 같은 더 좋은 조건이 나오고, 그래도 남은 물량은 공매로 나올 것입니다.

분양 계약자가 계약 해지 하지 않는 아파트의 경우는 어떨까요?

해지 된 아파트보다 입지 여건이 좋은 아파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아파트가 미분양이라면 좋은 조건으로 할인 분양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이 두 번째 가능성입니다.

LH 등이 진행하는 6개 사업장은 주공아파트 이기때문에 투자자가 매수 하기 힘듭니다. 물론, 주공 아파트도 미분양이 나면 가능합니다.

HUG 분양보증 가입이 안된 2개 사업장은 신탁사 보증과 지역주택조합보증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확인 된 것은 아니지만, 보도 자료에서 “태영건설 계속공사, 시공사 교체 등을 통해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할 전망이다.” 라고 한 것은 현재 태영건설에서 공사 중인데, 교체를 해서라도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지주택이라도 착공이 된 상태라면 일반 분양 아파트와 같다고 봐도 됩니다. 다만, 조합원 입주권을 사면 추가 공사비로 인해 조합원 분담금이 올라갔을 가능성이 높으니 잘 확인해 봐야 합니다. 이러한 아파트 단지도 준공까지 미분양이 해결 안되면 할인 된 가격으로 분양을 합니다.

태영 건설 PF 사업장 정리 시나리오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할인 분양에 들어가는지 알아 보았습니다.

위의 시나리오는 언론에 노출이 많이 되어 시장 심리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에 금융 당국이 신경을 많이 써서 좋게 흘러가는 시나리오 입니다.

다른 일반 사업장은 정리가 매끄럽지 않게 진행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미분양 상태인 단지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시면 좋은 조건으로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위기설이 많이 나오는 대형 건설사부터 관심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태영 건설도 워크아웃 신청하기 며칠 전까지 근거 없는 소리라고 했습니다.

과거 사례

과거의 미분양 사태 예로 2008년 6월 분양했던 서초구의 ‘반포 자이’는 미분양이었고, 입주가 시작 된 2010년 까지도 미분양이 해소되지 못했었습니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마포구)’ 역시 2012년 분양 당시 평균 경쟁률이 0.42 대 1에 불과해 미분양이 났었습니다.

과거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미분양 아파트 사례는 2000년에 분양한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입니다.

분양율이 30%도 안 되어서, 미분양 물량의 일부를 삼성 고위 임원들에게 강제 매수 시켰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나중에 타워팰리스 가격이 급등하게 되면서 삼성 임원들의 특혜 시비로 언론에 오르내렸습니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과거처럼 나오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서울 외의 수도권과 지방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 됩니다.

경매 시장의 확장

태영 건설과 같은 대기업 규모의 건설사가 부도 위기를 맞는 상황이면, 중소형 건설사는 이미 부도가 났거나 간신히 버티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상업 지역에서 진행되는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오피스텔과 같은 1~3개 동의 건물을 시공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사업도 거의 대부분 부동산 PF 대출을 통해서 진행 됩니다.

상업용 PF의 대상인 지산, 생숙, 오피스텔 등이 경매 시장에 먼저 나오게 되고, 그 후에 주거용 PF가 터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경매 물건이 많아진다고 서둘러 들어가지 마시고, 상업용 부동산이 문제가 있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미분양 아파트를 주의 깊게 찾아보시고, 경매로 매수 하시는 것도 고려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 인천과 경기 남부 지역의 줍줍이나 할인 분양도 관심을 가져볼 대상으로 생각 됩니다.

부동산 PF가 빵! 하고 터질까요?

현재 정부는 경착륙을 막기 위해 초기부터 무척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2008년처럼 갑작스러운 금융 위기가 없다면, 큰 잡음 없이 서서히 연착륙할 것을 생각 됩니다.

이 의미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으면 알게 모르게 천천히 지나간다는 말입니다.

지금 경기가 호황인가요?

현재와 같이 조금 우울한 시기가 앞으로 2~3년은 지속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거에도 2008년 리먼 사태로 큰일 났다고 했다가 다음 해 좀 정신 차렸다고 해서 호황이 시작 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2012년까지는 사회 전체적으로 좀 우울한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만 그런가요?

조금은 시간을 넉넉히 보고 생각하시고, 움직이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 합니다.

만약 금융 위기가 온다면, 아무리 준비를 하더라도 힘든 시기를 보내는 것은 마찬 가지 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금융 위기가 오면 주식이나 코인 줍줍을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오면 나라가 망할 것 같은 두려움에 전 국민이 휩싸이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서 줍줍을 할 수 있는 사람은 0.1%도 안 됩니다.

망상에 가까운 계획이자 꿈 같은 생각입니다.

땅바닥에 발을 붙이고 현실을 살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최소한 원하는 지역의 아파트 계약금 이상을 현금으로 준비해 두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꾸준히 해당 지역의 미분양과 기 분양 단지를 지켜 보시고, 또한 경매 물건도 관심을 갖고 보시기 바랍니다.

같이 공부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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